장사법 이전 설치된 남의 땅 묘지, 영구 인정될까? 분묘기지권 A to Z
장사법 이전 설치된 남의 땅 묘지, 영구 인정될까? 분묘기지권 A to Z
낯선 시골길을 운전하다 보면, 드넓은 밭 한가운데 홀로 자리 잡은 묘지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혹은 오랫동안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임야 속 묘지 앞에서 벌초를 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죠. 그런데 만약 이 묘지가 당신의 땅 위에, 당신의 허락 없이 설치된 것이라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습니까? 게다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 묘지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남의 땅에 설치된 묘지'를 둘러싼 법적 권리, 바로 분묘기지권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남의 땅에 설치한 묘지, 20년 뒤 철거 요구받았다면?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인정될까?
김 씨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논란이 되어 온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묘지를 수호하고 봉사하기 위하여 분묘 및 그 주변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관습법상의 권리)에 대한 전형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권리는 묘지가 비록 타인의 토지 위에 설치되었더라도, 해당 묘지와 그 주변의 일정 면적의 땅에 대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우리나라 특유의 관습법(慣習法, 국가의 법률처럼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관행이 법처럼 인정되는 것)상 권리입니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땅 주인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묘지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분묘기지권이 주로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 가장 일반적이고 명확한 경우로, 토지 소유자가 묘지 설치를 허락하여 그 범위 내에서 분묘를 사용하게 된 상황입니다.
-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한 특별한 약정이 없었던 경우: 땅 소유자가 자신의 땅에 묘지를 조성한 뒤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매도할 때, 묘지를 이전한다는 특약이 없었다면 묘지 소유자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하여 사용한 경우(취득시효형):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묘지를 설치했더라도, 20년 동안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평온하게) 숨기지 않고 드러내놓고(공연하게) 해당 묘지를 관리하고 점유했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취득시효(取得時效, 일정한 사실 상태가 계속되면 그 상태에 적합한 권리 취득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제도)에 의한 분묘기지권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분묘기지권은 과거 많은 서민이 묘지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기 어려웠고, 장묘 시설이 부족하여 타인의 토지에 매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하여 인정되어 온 권리입니다.
장사법 시행 이전 vs 이후: 분묘기지권 취득시효의 핵심 차이
김 씨의 사례에서는 세 번째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의 적용 여부입니다. 장사법은 타인의 토지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장사법 시행 이후에는 무단으로 묘지를 설치하여 취득시효를 통해 분묘기지권을 얻는 것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사법은 부칙(附則, 본법에 덧붙여 규정하는 법 조항으로, 주로 법의 시행일, 경과조치 등을 담고 있음) 제2조를 통해 "이 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종전의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 법에 의한 기간 및 설치면적 등의 제한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의 경우에는 장사법의 새로운 제한을 받지 않고, 종전의 분묘기지권이 여전히 인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장사법 시행 전후의 차이점은 분묘기지권 취득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아래 표를 통해 그 차이를 명확하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 구분 | 분묘기지권 취득시효 인정 여부 | 주요 내용 |
|---|---|---|
| 장사법 시행 이전 (2001년 1월 13일 전) |
인정 |
토지 소유자 승낙 없이 묘지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분묘기지권 취득 가능.
과거 사회·경제적 현실을 고려한 관습법상 권리 존중. |
| 장사법 시행 이후 (2001년 1월 13일 이후) |
불인정 |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묘지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원칙적으로 부정.
묘지 설치에 대한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수. |
분묘기지권 존속기간, 장사법 적용될까? 영구 인정의 문제점
이는 토지 소유자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땅 위에 설치된 타인의 묘지가 사실상 영구히 존속함으로써 토지 이용에 막대한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현대 사회에서 화장(火葬) 문화가 보편화되고 장묘 방식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남의 땅에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일지라도 20년간의 점유만으로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나아가 사실상 존속기간을 무제한으로 인정하는 현 제도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변화와 토지 소유권 보호의 관점에서 이 제도의 합리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법적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 씨의 묘지, 철거해야 할까? 대법원 판례로 본 결론
이제 다시 김 씨의 사례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김 씨는 1995년에 부친의 묘지를 설치했습니다. 이는 2001년 1월 13일 장사법이 시행되기 전의 일입니다. 또한 김 씨는 2017년 박 씨의 철거 요구 시점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지를 관리하고 점유해왔습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김 씨는 '장사법 시행 이전'에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이미 취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과 유사한 일종의 물권으로서, 관습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다. 이와 같은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시효로 취득할 수 있고, 지료(地料)에 관하여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위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대법원 판례는 김 씨의 사례에 정확히 적용됩니다. 김 씨가 설치한 묘지는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되었고, 20년 이상의 점유 기간을 충족했으므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야 주인 박 씨가 묘지 철거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김 씨가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한다면 박 씨는 패소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김 씨는 부친의 묘지를 철거할 의무가 없으며, 계속해서 그 묘지를 수호하고 봉사할 권리를 가집니다. 다만, 판례에 따라 분묘기지권 성립 시점부터 땅 사용료(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법률 문제일수록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면책 조항: 본 블로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장사 등에 관한 법률」
-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